얼쑤절쑤 국악방

사철가 / 창: 안숙선 명창

꼭두쇠- 2011. 3. 14. 19:40
  

 

 

♣ 사 철 가 ♣

 

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.
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쓸쓸허드라.
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.
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
왔다 갈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있나.
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.
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 방초 승화시라.


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
한로삭풍 요란해도
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.
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 오면
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
은세계가 되고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
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.
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
이내 청춘도 아차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.


어~어~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네 한 말 들어보소
인생이 모두가 백 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
걱정근심 다 제허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,
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
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 생전의 일배주 만도 못허느니라
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.


세월아 가지마라. 가는 세월 어쩔거나.
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에다
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허는 놈과
부모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,
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버리고
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
한 잔 더 먹소 덜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.

 

◎ 용어설명

 

오날 : 오늘
녹음방초승화시(綠陰芳草勝花時): 푸르게 우거진 나뭇잎과 향기롭고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꽃다운 풀이 꽃보다도 좋은 때. 여름
한로삭풍(寒露朔風): 차가운 이슬과 차가운 북풍
황국(黃菊): 노란 국화
낙목한천(落木寒天): 나뭇잎이 다 떨어진 추운 하늘.
월백설백천지백(月白雪白天地白): 달빛도,눈빛도 온 세상도 모두 하얗다.
북망산천(北邙山川): 무덤이 있는 곳. 죽어서 가는 곳.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본래 북망은 중국 낙양의 북쪽에 있는 구릉 지대를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가리키는 말인데, 황토로 되어 있으며,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한 나라, 수나라, 당나라의 역대 왕들의 무덤이 많았음.
만반진수 불여생전 일배주(滿盤珍羞 不如生前 一杯酒):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죽은 뒤에 상에 가득한 좋은 음식이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죽기 전의 한 잔 술만 못함.
끝끄터리에다: 맨 끄트머리에다
국곡투식(國穀偸食): 나라의 곡식을 도둑질하여 먹음.
거들먹거리고: 신이나서 도도하게 함부로 행동하고

 

 


사철가  / 창: 안숙선명창