요절복동 웃음방

노숙자씨 이야기

꼭두쇠- 2010. 3. 22. 15:13

 

노숙자씨 이야기
 

여기는 서울역 역사,
저녁이 밤으로 넘어가는 가슴이 따듯해지는 시각에

소주에 아딸딸하게 취한 노숙자들이 군데 군데 모여 이야기 꽃(?)을 피운다.

인자한 얼굴에 흰머리가 덤성덩성하게 난 80대 대장 노숙자가
빙 둘러앉은 대원중 새파랗게 젊은 20대 젊은이에게 묻는다.

 

대 장 : 자네는 어쩌다 노숙자가 되었는가????
20대 : (머쓱한 표정으로) 마누라에게 반찬 투정을 하다가 쫓겨났습니다.

 

옆에 있던 30대가 호사스럽다는 듯 눈을 흘기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.
30대 : 나는 밥이 질다고 투정하다가 쫓겨났는데 자네는 나보다 더 심했군!!!!

 

이 말은 들은 40대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마디를 거든다
40대 : 그 정도면 자네들은 행복했던거여.....
        나는 묻는 말에 늦게 대답했다고 쫓겨났어...

 

그러자 듣고있던 50대가 한숨을 폭~ 쉬며 하소연한다.
50대 : 내는 마누라가 마실갔다 오기래 "어데다녀 오시니겨?" 하고
       그것도 두 손으로 맞잡이해 공손하게 이바구했는건데
       물어봤다꼬... 집안 분위기 망친다꼬 쫓겨났는기라. 하고 말하자

 

옆에있던 60대 노숙자가 혀를 끌끌차며 눈을 스르르 감고 말한다.
60대 : 허허... 어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나?
        자네도 보기보담은 용감한데가 있구면....
        나는 소파에 같이 앉아 TV를 보았다는 이유로 쫓겨났다네...
        소파 아래에 앉지않고 같이 앉으면 동급으로 취급된다나 어쩐다나 하면서...

 

60대가 눈물을 찔끔거리자, 70대 노숙자가 한마디 거든다.
70대 : 휴~.... 옛날의 내 청춘이 그립구만...
        나는 할망구하고 눈 마주쳤다고 쫓겨났다네... 휴~~

 

하고 넉두리 하자 잠자코 듣고 있던 90대 노숙자 왈
90대 : 그래도... 자네들, 아직은 행복한게야....
        나는 할망구가 빨리 죽지않는다구 나가서 죽으라고 쫓아냈다내 ~~